머리말
⏱ 읽는 시간 10분 · 2026년 7월 업데이트
독일을 대표하는 음식을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도 빵일 것입니다. 독일에는 수천 가지 종류의 빵이 있으며, 빵을 만드는 일은 우리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제 빵 여정은 어린 시절에 시작되었습니다. 아이 3명을 키우던 어머니는 토요일마다 어김없이 가족을 위해 맛있는 빵을 한 덩이 구우셨습니다. 하얗고 폭신한 식빵이었는데, 시판 이스트를 써서 한두 시간이면 만드셨습니다. 이제는 경험이 조금 쌓여서 빵을 자르기 전에 잠시 기다리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때 아이였던 우리는 도저히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오븐에서 막 꺼낸 빵을 몇 조각 잘라 주시면 우리는 곧바로 조각마다 버터나 잼을 듬뿍 얹었습니다. 몇 분 만에 밀가루 한 킬로그램어치의 빵이 사라졌습니다. 빵은 제 일주일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부모님이 해마다 이탈리아 북부의 알토아디제로 스키 여행을 갈 형편이 되셨습니다. 발다오라라는 작은 마을에서 우리는 해마다 새로운 식당에 가 보았지만, 결국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피자 가게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곳의 피자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반죽만으로도 너무 맛있어서,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조금 곁들인 빵만 따로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가 늘 하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우리도 집에서 이걸 만들어 볼 수 없어요? 제발요.” 그렇게 해가 거듭되면서 우리는 가게 주인들과 친구가 되었고, 완벽한 피자 반죽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단서를 점점 더 많이 얻었습니다. 그 반죽에는 비밀 재료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저 밀가루, 물, 소금, 그리고 약간의 이스트일 뿐입니다. 이렇게 단순한 재료의 조합이 어떻게 그토록 놀랍게 맛있는 피자 반죽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까? 늘 익숙한 것을 선호하시던 부모님은 해마다 우리를 데리고 같은 곳을 다시 찾으셨고, 해가 갈수록 제 관심도 커졌습니다. 집에서는 어머니와 제가 그 레시피를 재현해 보려 했습니다. 베이킹 스톤 위에서도, 베이킹 스틸 위에서도 구워 보았습니다. 반죽에 기름을 넣어 보기도 하고, 피자 소스에 허브를 넣어 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끝없는 실험의 쳇바퀴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휴가 때 맛본 그 경험에는 끝내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몇 해가 지나 저는 독일의 작은 도시 괴팅겐에서 학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먹을 빵을 직접 사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빵을 직접 구워 볼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다가 괜찮은 빵 한 덩이를 사 오곤 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한 빵은 Schwarzbrot: Korn an Korn이었습니다. 곡물 낟알과 해바라기씨를 넣은, 아주 짙은 색의 묵직한 호밀빵입니다.
조금 순진했던 저는 제가 사 먹던 빵의 포장을 한 번도 살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포장을 살펴보았습니다. 라벨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겉보기에 건강해 보이던 그 빵에는 밀가루와 물 말고도 온갖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검은색은 밀가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캐러멜화한 설탕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포장에는 사워도우 빵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렇다면 왜 이스트가 추가로 들어 있었습니까? 진짜 사워도우라면 이스트를 추가로 넣을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곧 제가 사던 빵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슈퍼마켓 빵들도 확인해 보았지만, 그 빵들 역시 제가 들어 본 적 없는 재료가 들어 있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이 제가 슈퍼마켓 빵에 대한 신뢰를 잃은 날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저는 빵을 제대로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고, 놀랍게도 피자를 만드는 레시피와 빵을 만드는 레시피가 사실 꽤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레시피는 생이스트를, 어떤 레시피는 드라이 이스트를 쓰라고 했습니다. 여러 온라인 포럼과 그곳의 수많은 토론을 깊이 파고들수록 저는 더욱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여러 종류와 브랜드의 밀가루를, 그것도 유기농 제품과 일반 제품 모두 써 보았습니다. 그때 저는 제가 빵 만들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레시피끼리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레시피는 따라야 할 얼핏 무작위로 보이는 단계들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한 듯했습니다. 굽는 방법과 온도 또한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그사이 학업을 마친 저는 엔지니어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엔지니어는 수많은 난관에 부딪힙니다. 컴파일러나 런타임은 늘 오류를 쏟아 내며 아우성치고, 그것을 어떻게 고칠지 알아내는 것이 엔지니어의 몫입니다. 간단한 문제 하나를 고치는 데에도 몇 시간, 때로는 며칠이 걸릴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길러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코드를 작성할 때 미리 만들어진 루틴 모음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루틴들은 다른 엔지니어들이 작성해 둔 것으로, 이를 활용하면 코드를 더 빠르게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리 작성된 코드를 흔히 프레임워크라고 부릅니다. 많은 경우 이런 프레임워크는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엔지니어들이 만든 것이며, 저마다 소스 코드를 개선하고 바꿈으로써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프레임워크 덕분에 많은 성공적인 사업이 가능해졌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프레임워크는 내세운 그대로 정확히 작동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힙니다. 소프트웨어 버그의 99.95 %는 원인이 개발자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프레임워크에 버그가 있습니다. 그럴 때 개발자는 프레임워크가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다른 엔지니어들의 소스 코드를 읽어야 하고, 일이 왜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제가 굽는 빵이 마음에 들지 않자 제 안의 엔지니어적 사고방식이 발동했고, 저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직접 깊이 파고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만난 어떤 레시피도 왜 물을 만큼, 밀가루를 만큼 써야 하는지, 또는 왜 굳이 드라이 이스트가 아니라 생이스트를 써야 하는지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작업대 위에서 반죽을 치댈 때 왜 반죽을 내리쳐야 합니까? 스탠드 믹서가 손으로 치대는 것보다 나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왜 반죽을 이렇게 오래 두어야 합니까? 굽는 동안 반죽에 스팀을 주는 것은 왜 중요합니까? 빵을 구우려면 정말로 값비싼 더치 오븐을 장만해야 합니까? 사워도우에 대해 읽기 시작하자 문제는 더 복잡해졌습니다. 모든 것이 흑마술처럼 들렸습니다. 왜 어떤 사워도우는 과일로 만들고 어떤 사워도우는 밀가루로 만듭니까? 왜 어떤 레시피는 밀을 쓰고 어떤 레시피는 호밀이나 스펠트밀을 씁니까? 사워도우에는 얼마나 자주 먹이를 주어야 합니까? 그 무렵 제가 품었던 질문은 20 페이지를 채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혼란스러웠지만, 집에서 제대로 된 빵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배우겠다는 마음은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친구들에게서 받은 피드백 덕분에 집에서 빵을 구울 때마다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때로는 몇 달씩 기다려야 피드백을 얻는 코딩과 비교하면, 빵 만들기는 피드백이 훨씬 즉각적입니다. 게다가 성공작을 먹을 수 있습니다(그리고 실패작도!). 또한 놀랍게도 그 실패작조차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빵보다 맛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만드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 집에서 만든 빵을 먹으면 음식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고, 컴퓨터 앞에서 몇 시간씩 일한 뒤에 맨손으로 처음부터 빵을 굽는 일은 반가운 변화였습니다.
저는 발효 과정과 다양한 제빵 기법에 대해 계속 공부했습니다. 사워도우라는 주제에 소프트웨어를 대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고, 몇 년 동안 연구하며 진행 과정을 기록한 끝에 이제 그 과정을 세상과 나눌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할 때는 프로젝트의 이력과 소스 코드가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바뀌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이전 버전으로 쉽게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레시피도 개선을 거듭할 때마다 바뀌기 때문에, 이 방식은 레시피를 기록하기에 완벽한 도구였습니다. 놀랍게도 사워도우에 관한 제 오픈 소스 작업은 다른 엔지니어들에게 인정받았고, 이 프로젝트는 원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웹사이트인 GitHub에서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훌륭한 빵을 구우려면 몇 가지 기법도 익혀야 합니다. 저는 이런 기법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편이 더 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제 YouTube 채널이 탄생했습니다. 저는 빵을 대하는 엔지니어적 접근을 담아내기 위해 The Bread Code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제가 만드는 영상에 더 눈길을 끄는 썸네일과 제목을 붙이기 시작하자 채널의 시청자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삼 년이 지난 지금, 저는 매주 이틀을 빵 굽는 열정을 좇는 데 쓰고, 나머지 사흘은 계속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일상적으로 코드를 쓰며 일하고 있습니다.
빵을 굽는 날은 저에게 기쁨과 열정을 가득 안겨 줍니다. 저에게는 제 조언과 설명 덕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멋진 빵을 만들었는지 보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습니다. 커뮤니티는 계속 성장했고, 빵 만들기라는 주제를 둘러싼 흥미로운 토론과 아이디어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언제나 새로 배울 것이 있고, 제가 알고 가르치는 내용은 지금도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느낍니다. 초파리가 벌처럼 야생 효모가 번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상상이나 해 보셨습니까? 저는 빵을 굽기 위해 초파리에게서 온 야생 효모 포자를 배양해 보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성공했습니다. 빵은 놀라울 만큼 잘 나왔고 맛까지 좋았습니다! 이런 실험은 제 타고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실험하고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은 호기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이 저를 더없이 행복하게 합니다.
YouTube 채널을 운영할 때의 문제는 우리가 보는 모든 정보가 걸러진 뒤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저는 알고리즘이 현대의 정보를 어떻게 빚어 가고 있는지 우려합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를 특정 범주에 넣고, 사용자는 그 고정된 범주와 관련된 소식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채널의 노출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는 영상이 노출된 뒤 몇 명이 클릭했는가이며, 제가 만든 콘텐츠는 채널의 모든 구독자에게 노출되지도 않습니다. 알고리즘이 영상이 충분히 흥미롭지 않다고 판단하면, 콘텐츠는 YouTube의 열반 속에서 시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영상이 입소문을 타더라도, 새로운 사용자의 참여율이 떨어지면 알고리즘은 그 영상을 더 이상 보여 주지 않으며, 오래된 영상은 감쇠 페널티 계수가 커짐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집니다. 저는 잘 압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저도 비슷한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 저는 알고리즘의 순환에서 잠시 벗어나, 더 장기적이고 의미 있는 일에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제 사명은 언제나 제 지식을 전 세계에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제 콘텐츠를 독일어가 아니라 영어로 제공해 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저는 책을 쓰는 것이 그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나와 있는 책 대부분은 레시피 모음집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른 레시피를 따라 할 때에도 쓸 수 있는 더 깊은 지식의 토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용어로 말하면, 이것은 빵 프레임워크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의 목표는 밀가루, 발효, 굽기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을 돕는 것입니다. 이 책은 어떤 단계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빵을 만들다가 일이 잘못되었을 때 그 단계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자세히 이해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저는 이 지식을 예산에 상관없이 전 세계 누구나 접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래서 이 책으로 돈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 책을 오픈 소스로 만들고 커뮤니티에 후원금으로 제 작업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한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커뮤니티의 반응은 놀라웠고,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이미 모였습니다. 이 책의 디지털 판은 앞으로도 언제나 무료로 남을 것입니다. 구입할 수 있는 양장본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eadco.de/physical-book
이 책에서 저는 가능한 한 과학적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 자체가 과학 저작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결코 없습니다. 저는 몇 가지 실험을 해 보았고 그에 대해 여기에 쓸 것이지만, 이것을 진정한 과학이라고 부르려면 실험실 환경에서 같은 실험을 천 번쯤 반복해야 할 텐데,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가능한 경우에는 과학적 참고 문헌을 제시하고 사실과 개인적인 의견을 분명하게 구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책을 즐겁게 읽으시고 빵 만들기라는 매혹적인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 책이, 제가 빵과 함께하는 여정을 시작할 때 갖고 있었으면 좋았을 탄탄한 도구 모음을 독자에게 제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endri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