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밀가루의 종류

⏱ 읽는 시간 7분 · 2026년 9월 업데이트

이 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밀가루와 각각의 분류법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종류의 밀가루끼리 구분하는 일반적인 방법도 살펴보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필요한 밀가루를 더 자신 있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가루는 통곡물 가루로, 이 경우 씨앗 전체를 더 작은 조각으로 갈아 낸 것입니다. 무엇을 굽느냐에 따라 밀기울의 구수한 맛을 원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더 흰 밀가루를 쓸 수 있습니다. 제분소는 체를 이용해 씨앗 겉껍질의 큰 조각을 제거합니다. 씨앗에는 식물이 될 배아가 이미 만들어져 있어 활성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할 수 있는 가장 흰 밀가루는 대부분 씨앗의 전분 부분일 뿐입니다. 어떤 층이 남아 있느냐에 따라 밀가루의 종류를 나타내는 이름이 달라집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박력분 박력분 T405 T45 00
중력분 중력분 T550 T55 0
강력분 강력분 T405 또는 T550 T45 또는 T55 00 또는 0
T812 T80 1
T1050 T110 2
통밀가루 통밀가루 Vollkorn T150 Integrale
표 5.1: 여러 종류의 밀가루가 나라마다 어떻게 표기되는지 비교.

독일에서는 회분 함량으로 밀가루를 구분합니다. 실험실에서는 밀가루 100 g을 오븐에서 태웁니다. 그런 다음 남은 재를 추출해 측정합니다. 그 양에 따라 밀가루가 분류됩니다. 밀가루가 타입 405라면 밀가루를 태우고 난 뒤 405 mg의 재가 남았다는 뜻입니다. 겉껍질 부분이 많은 밀가루일수록 미네랄이 더 많이 남으므로, 숫자가 높을수록 통곡물 가루에 가깝습니다. 숫자는 곡물 종류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맛이 더 구수해집니다.

밀알과 그 구성 요소의 개요.

그림 5.1: 밀알과 그 구성 요소의 개요 [18].

곡물 종류를 비교해 보면 글루텐이 많은 곡물, 글루텐이 적은 곡물, 글루텐이 전혀 없는 곡물이 있습니다. 글루텐은 빵이 폭신한 질감을 갖게 해 주는 성분입니다. 글루텐이 없으면 제과·제빵 제품은 글루텐이 있을 때와 같은 특성을 갖지 못합니다. 글루텐을 관리하려면 더 많은 단계가 필요하므로 빵을 만드는 전체 과정이 더 복잡해집니다.

글루텐이 없는 반죽은 치댈 필요가 없습니다. 치대기의 역할은 글루텐 결합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치댈수록 결합은 더 강해집니다. 글루텐이 적거나 없는 가루는 재료를 한데 섞기만 하면 되며, 모든 재료가 균질하게 섞이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발효하는 동안 미생물이 글루텐을 대사하면서 글루텐이 분해됩니다. 글루텐이 지나치게 분해되면 반죽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밀 반죽의 구조를 더는 갖지 못합니다. 글루텐이 없거나 적은 가루로 빵을 만들 때는 산도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며, 완성된 빵이 너무 시큼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반대로 글루텐 분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므로 큰 골칫거리 하나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곡물 종류 균질화 치대기 스트레치 앤 폴드 성형
스펠트밀, 밀(> 70%) 예 예 예 예
호밀, 엠머밀, 아인콘, 쌀, 옥수수 예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표 5.2: 여러 곡물 종류와 각 곡물로 빵을 만들 때 거치는 단계의 개요.

글루텐은 특별한 역할을 하므로, 이 장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글루텐이 있는 여러 가루와 그 구분법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스펠트밀도 밀처럼 글루텐을 상당량 함유하고 있어서 같은 특성이 적용됩니다.

밀 강력분을 쓰라고 하는 레시피가 여럿 있지만, 강력분이 가리키는 밀가루는 여러 종류일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T405일 수도, T550일 수도 있는데—이는 아주 자주 잘못 분류됩니다—이 경우 강력분이나 제빵용 밀가루라는 표현은 밀가루의 특성을 가리킵니다. 강력분은 단백질이 더 많고 따라서 글루텐도 더 많은 밀가루로 여겨집니다. 이 밀가루는 반죽이 더 긴 발효 시간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사워도우 빵을 만들 때 아주 좋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글루텐은 미생물이 소모합니다. 글루텐이 많을수록 반죽이 형태를 더 오래 유지합니다. 케이크를 만들고 싶다면 글루텐이 더 적은 밀가루를 쓰는 편이 좋을 수 있습니다. 글루텐의 결합력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는데, 완성된 케이크의 식감이 쫄깃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T405, T45 또는 T00 밀가루라고 해서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밀가루는 원료가 된 식물의 성질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갖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독일 같은 일부 나라는 밀의 품질을 평가하는 추가 등급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A 등급은 품질이 좋은 밀로, 품질이 더 떨어지는 밀과 섞어 밀가루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B 등급은 평균적인 밀로, 다양한 구운 제품을 만드는 데 쓸 수 있습니다. C 등급은 제빵 적성이 좋지 않은 밀에 쓰입니다. 예를 들어 밀이 이미 싹이 트기 시작해 바람직한 제빵 특성의 일부를 잃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밀은 보통 사료나, 발전기에 쓰는 발효성 바이오매스로 사용됩니다. E 등급은 엘리트 밀을 가리킵니다. 가장 품질이 높은 밀입니다. 이런 밀은 최적의 조건에서 자란 경우에만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최고의 포도만 골라 리저브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정보는 보통 구입하는 밀가루의 포장지에 인쇄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백질 함량을 하나의 지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형 제분소는 해마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밀가루를 섞습니다. 섞은 밀가루라는 사실도 포장지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베이커리가 어떤 밀가루에서 글루텐을 추출한 뒤 이를 섞어 더 나은 베이킹용 밀가루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가루가 어떻게 반응할지 더 잘 보여 주기 위해 이른바 W 값을 도입했습니다. 반죽을 만든 다음, 이 반죽이 치대기에 얼마나 저항하는지를 측정합니다. 밀가루의 글루텐이 많을수록 반죽은 더 탄력적이고 치대기에 더 크게 저항합니다. W 값이 높은 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이 더 높고 더 긴 발효 시간을 견딥니다. 하지만 동시에 풍선의 재료가 더 많은 셈이어서 미생물이 반죽을 부풀리기도 더 어렵습니다. W 값이 높은 밀가루로 훌륭한 발효 제품을 만들려면 발효 시간을 길게 잡아야 합니다. 발효 시간이 길다는 것은 미생물이 반죽에 더 많은 풍미를 불어넣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W 값 수분율(%) 용도 발효 시간
0–150 50 쿠키 매우 짧음
150–250 50–60 케이크, 빵, 피자 짧음–중간
250–350 60–70 빵, 피자 긺
350+ 70–90 빵, 피자 매우 긺
표 5.3: W 값 수준별 수분율과 발효 시간 개요.

일반적으로 틀 없이 굽는 사워도우 빵을 만들려면 단백질 함량이 더 높은 밀가루를 고르세요. 글루텐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으면 빵이 더 빨리 주저앉습니다. 그래도 빵을 굽는 것은 가능하지만, 식빵 틀을 사용하거나 프라이팬에 굽는 빵이나 플랫브레드를 만드는 편이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좋은 밀가루의 좀처럼 고려되지 않는 또 다른 특성은 전분 분자의 손상 정도입니다. 집에서 직접 밀을 빻아 밀가루를 만들 때 흔히 생기는 문제입니다. 가정용 제분기는 대형 제분기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분이 손상되는 것은 반죽의 특성을 개선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전분이 적절히 손상되면 호화와 수분 흡수가 더 좋아집니다 [12]. 전분이 더 많이 손상될수록 표면적이 넓어집니다. 그러면 물이 밀가루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좋아집니다. 또한 미생물이 분자를 분해해 발효 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 표면도 더 넓어집니다.

저는 아직 집에서 직접 밀을 빻아 밀가루를 만드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짧게 쉬어 가며 밀가루를 10번 빻아 보아도 시판 제분 밀가루와 같은 특성을 얻지 못했습니다. 제가 만든 반죽은 느낌이 좋았지만 조금 거칠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굽는 동안 반죽에서 가스가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아주 납작한 빵이 되곤 했습니다. 그래도 집에서 빻은 밀가루로 만든 반죽을 식빵 틀에 굽거나 팬에 굽는 빵으로 만들 때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집에서 빻은 밀가루를 다루는 좋은 방법을 찾으셨다면 연락 주세요. 집에서 빻은 밀가루를 활용할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외딴 지역의 공동체도 직접 밀을 재배해 갓 구운 훌륭한 빵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